본문 바로가기

한국發 중국이야기

[구자원의 중국문화칼럼] 중국의 정월대보름 ‘원소절(元宵節)’, 그 기원은?

반응형


[봉황망코리아 차이나포커스] 고대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대부분 농업중심의 사회였지만, 산업혁명으로 인해 근현대 사회는 전통사회에서 벗어나 과학기술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을 중시하는 중국과 한국은 현대화된 사회에서도 전통적인 명맥을 잇고자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계승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전통사회에서 중국의 ‘원소절(元宵節)’과 한국의 ‘정월대보름’은 어느 명절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중국의 ‘춘절’과 ‘중추절’, 한국의 ‘설날’과 ‘한가위’ 등의 명절은 법정공휴일로 지정돼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소절’과 ‘정월대보름’은 그 중요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원소절의 유래와 풍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 원소절의 유래 

원소절의 유래에 관해서는 대략 3가지 주장이 있는데, 첫째, 한나라 문제(文帝)의 즉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를 건국한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사망한 후 그의 부인 여후(呂后)는 태후(太后: 황제의 어머니)의 자격으로 모든 권력을 장악하면서 자신의 친족인 여씨 출신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해 한나라의 국정농단이 극심해졌다. 여후가 사망하자 여씨 일족들은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황제를 죽이고 여씨 일족의 국가를 만들려는 모반을 계획했는데, 한나라의 신하들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여씨 일족의 반란은 진압됐다. 그 결과 황제로 등극한 문제와 일반 백성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집집마다 등(燈)을 달아 축하했는데, 이 날이 바로 음력 1월15일이었고, 이후 이러한 행사가 나중에 원소절이 됐다고 한다. 

둘째, 원소절의 다른 이름은 ‘상원절(上元節)’로 불리는데 이 상원절은 도교의 ‘삼원설(三元說)’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도교에서 말하는 ‘삼원(三元)’은 세상을 이루는 3가지 근원으로 하늘(上), 땅(中), 사람(下)을 가리키는데, 이를 주관하는 신선들이 있어 1월15일은 ‘상원절’이라 해서 하늘을 주관하는 신선에게 제사를 지내고, 7월15일은 ‘중원절(中元節)’이라 하여 땅을 주관하는 신선에게 제사를 지내며, 10월15일은 ‘하원절(下元節)’이라고 해서 사람을 주관하는 신선에게 제사를 지낸다. 특히 상원절에 하늘을 주관하는 신선에게 제사를 지내면 이 신선이 사람들에게 복을 내려준다고 믿어 1월15일 밤이면 집집마다 등불을 걸어놓는 풍습이 있었다. 

셋째, 농업 관련설이다. 고대 중국의 농업에서는 달의 움직임에 따른 음력을 사용했다. 보름달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상원절, 중원절, 하원절이 모두 음력 15일인 것이다. 실제로 음력 1월15일은 양력으로 환산하면 대체적으로 2월 중하순에 해당한다. 이는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데, 중국에서는 해충을 박멸하거나 들짐승을 쫓아내기 위해 논밭에 불을 질러 풍년을 기원했다. 이를 ‘횃불제(火把節)’라고 불렀는데, 특히 수나라, 당나라, 송나라 시기에는 중국의 모든 농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횃불을 밝히며 춤을 추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풍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라졌고, 현재 중국의 서남부 지역의 일부 농촌에서만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횃불을 밝히는 풍습은 등불을 밝히는 것으로 변화하게 됐다.

◇ 탕원 먹고 탈춤 추고…각 지역의 원소절 풍습

중국은 각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를 계승시켜 유지하는 전통이 강한 나라다. 따라서 원소절 역시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하고 독특한 풍속이 있다. 공통적인 풍습은 탕원(湯圓)을 먹고, 등불을 밝히며 수수께끼를 맞히거나, 탈(사자탈, 용)을 쓰고 춤을 추면서 원소절을 즐겼다.

▲ 사진출처 = 봉황망(凤凰网)


탕원은 원소절에 먹는 독특한 음식이다. 이는 중국에서 명절마다 먹는 음식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탕원은 주로 남방지역에서 사용하는 이름이고, 북방지역에서는 원소절에 먹기 때문에 ‘원소(元宵)’라고 하는데, 역사기록에 의하면 송나라 시기에 시작됐다. 

탕원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찹쌀이나 수수가루로 반죽해 소를 넣는 형태와 소가 없는 형태로 나뉘어진다. 소가 없는 탕원은 한국에서 먹는 떡국과 수제비의 중간적인 형태이고, 소를 넣은 경우에는 그 소의 맛(단맛과 짠맛)과 종류(고기와 채소)가 다양한 편이다. 이러한 탕원을 먹는 풍습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간식이나 건강식으로도 자주 먹는 편이다. 


▲ 사진출처 = 봉황망(凤凰网)


등불을 밝히는 것은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등불을 밝히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으로 볼 수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이는 불교와 관련이 깊다.

후한 명제(明帝)시기에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됐는데, 명제는 인도에서 정월15일에 등불을 밝혀 사리를 참견한다는 것을 듣고 나서 중국에서도 정월 15일에 궁중과 불교 사찰에 등불을 밝히라는 명을 내렸다. 이러한 궁중과 종교적으로 거행하던 등불 밝히기는 점차 민간으로 퍼져나갔고, 이후 정월 15일에는 집집마다 등불을 밝히게 됐다.

특히 당나라 시기에는 이 등불 밝히기가 축제의 성격을 가지게 되면서 더 호화스러운 등불이 등장하게 돼 정월 15일을 전후(정월 14일~16일)로 등불을 밝혔다. 이후 송나라 시기에는 이틀이더 추가됐으며, 명나라 시기에는 더욱 확대돼 정월 8일부터 18일 동안 열흘 동안 계속 등불을 밝히게 됐다. 
  
원소절의 등불 밝히기는 특히 도시를 중심으로 화려하게 변화했는데, 집집마다 등불을 밝히는모습이 멀리서 보면 마치 밤에 꽃이 피어난 것처럼 보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일부에서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명등(孔明燈, 제갈공명의 등불)’이다. 

공명등은 등불을 하늘로 날리는 것을 가리키는데, 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전설에 의하면 촉나라 군사들이 평양(平陽)에서 갇혀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제갈공명이 지혜를 발휘해 바람의 흐름을 측정한 후 등불에 위급함을 알리는 내용을 적어 하늘로 날려보냈고, 이 등불에 적힌 소식을 알게 된 다른 촉나라 군사들이 제갈공명과 그 휘하의 군사들을 구했다고 한다. 이후 이렇게 등불을 날리는 것을 “공명등을 하늘로 날린다”라고 말하게 됐다.

또한 타이완에서는 등불의 등(燈)과 남자를 의미하는 정(丁)의 발음이 같다고 여겨서 원소절의 등불 아래를 돌아다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어 원소절 밤에는 등불 아래를 걷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등과 관련해 중국의 대표적인 민속활동이 ‘수수께끼 맞추기’다. 원소절에 등불을 밝히면서 새로운 놀이가 등장했는데, 바로 문자를 이용한 놀이이다. 즉 등에 여러 문자(고사성어, 문장, 시 등)를 수수께끼로 적어서 붙이면,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것이다.

이 놀이는 후대로 계승, 발전되면서 현재 대체적으로는 24 가지 정도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등에 종이를 붙이는 방식과 연에 종이를 붙여 하늘로 날리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현재까지 최고 기록은 1979년 남경에서 ‘9개 도시의 수수께끼 맞추기’ 행사가 펼쳐졌는데, 수수께끼가 적혀진 종이는 만 개가 넘었고, 3일 동안 참가한 사람들이 2만 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고대 민속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탈춤’이다. 즉, 오래된 민속 기념일에는 탈(혹은 가면)을 쓰고 공연을 하는 문화지역이 많은데, 중국을 대표하는 탈춤은 바로 용춤과 사자탈 춤이다. ‘용’은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기에 중국사람들은 용에 대한 존경, 경외 등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인 스스로가 ‘용의 후손’이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 사진출처 = 봉황망(凤凰网)


옛날에 용은 황제와 같은 최고 통치자를 상징했는데, 민간에서는 용의 형상을 만들어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공연을 ‘용춤’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공연이다.



▲ 사진출처 = 봉황망(凤凰网)


사자탈춤 역시 중국의 독특한 공연문화의 일종으로 한국에서도 ‘북청사자탈 춤’이 존재하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원래 사자(獅子)는 없었던 동물이었는데,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문화가 교류하는 과정에서 사자가 중국으로 전해졌다. 사자는 원래 ‘용맹’을 상징하는 동물이지만, 중국에서는 ‘권위’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중국의 사자탈 춤은 아마도 ‘황비홍’이라는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원소절에는 많은 문화행사가 있지만, 공휴일 지정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다른 명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전통문화를 중시하는 중국사람들에게 원소절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명절로 여기고 있다.


북경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구자원 교수
[ⓒ 봉황망코리아미디어 & chinafocus.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봉황망코리아 ㅣ 차이나포커스 https://goo.gl/zWfPr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