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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發 중국이야기

[중국의 눈] 애플의 팀쿡, 어떻게 중국인의 `오랜 친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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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망코리아 차이나포커스] 중국인이 팀 쿡 애플 CEO에 느끼는 각별함은 남다르다. 이러한 각별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중국 후슈왕(虎嗅网)은 ‘팀 쿡은 어떻게 중국인의 오랜 친구(老朋友)가 됐나’란 제하 기사를 통해 팀 쿡이 보여준 마음에 중국인이 화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약하면 '낮은 자세로 칭찬하고 친화력 있는' 팀 쿡의 모습이다.

‘오랜 친구’란 단어는, ‘친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중국인이 각별히 애정을 느끼는 경우에만 쓰는 표현이다. 중국인의 입장에서 서술한 후슈왕의 분석을 통해 외국인 경영자를 보는 중국인의 시선도 가늠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는 죽기 전 중국을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잡스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 팀 쿡은 ‘신기록’을 세웠다. 

2011년 팀 쿡은 애플의 CEO에 오른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했다. 당시 팀 쿡이 이끌게 된 애플은 월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최고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잡스 시대, 중국은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 보다도 뒷전이었다. 심지어 최신 아이폰의 1차 발매 국가에도 끼지 못했다. 2010년 ‘아이폰4’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 난 중국인의 아이폰을 향한 애정만큼은 뜨거웠다. 

팀 쿡은 스티브잡스가 가졌던 중국에 대한 편견부터 하나씩 고쳐 나갔다. 그런 팀 쿡은 지금 중국에서 가장 환영받는 외국인 CEO로 꼽힌다. 

총 9번의 중국 방문 중 5번은 정부의 초청을 받았으며 부총리도 여러 회 직접 만났다. 또 팀 쿡은 여러 지역 정부의 귀빈이었다. 허난에서 성위원회 서기는 ‘애플가의 전략적 협력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밝혔으며, 선전의 시위원회 서기는 팀 쿡이 직접 혁신창의 캠페인에 참여하자 ‘중국의 혁신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고 표했다. 상하이의 시위원회 서기는 ‘애플이 한 여러 혁신은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라고 호평했다.

다수의 중국 스타트업은 팀 쿡을 캄캄한 하늘의 별처럼 여기고 있다. 그가 가는 곳이면 자본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모바일 콜택시 ‘디디(滴滴)’ 택시를 타고 올해 중관춘에서 ‘ofo’의 공유 자전거 ‘샤오황처’도 시승한 이후 이들 기업의 후속 투자가 봇물을 이었다. 

시민도 환영한다. 베이징, 선전, 충칭, 항저우에서 팀쿡이 모습을 드러내 대리점에 나타날 때 마다 SNS가 뜨겁게 달궈졌다. 

이러한 ‘환대’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중국인이 팀 쿡을 오랜 친구로 여기게 된 비결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 팀 쿡 애플 CEO는 어떻게 중국인의 오랜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중국 언론이 후슈왕은 팀 쿡이 가진 남다른 면모를 중국인의 입장에서 분석했다. (출처:봉황망 봉황커지)


◇중국은 부르고 팀 쿡은 답했다 

중국 중앙 정부 고위층이 직접 팀 쿡을 만난 것은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 만이 아니다. 2012년 당시 부총리는 팀쿡과 만난 자리에서 “애플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기 바란다”며 “산업 공급망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서부 지역의 발전을 촉진하고 인적 교류도 강화하면서 발전 기회를 공유하자”고 요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 쿡은 정저우과기단지의 폭스콘을 방문했다. 36개 국가의 민간 환경보호 단체가 애플 생산 공정상의 독성 물질 ‘헥세인’ 사용 문제를 제기해 수 백명 직원의 중독 이슈가 발발했을 때 였다. 비록 이러한 직원이 팀 쿡과 직접적 고용 관계는 아니었지만 애플은 중국의 상황을 지원했다. 

후슈왕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공장의 상흔을 지우는 것, 중국에 온 팀 쿡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였지만 스티브 잡스와 달리, 엔지니어의 가정에서 낳고 길러진 팀 쿡은 만리 밖의 중국인 엔지니어에도 마음을 썼다”고 평가했다. 

팀 쿡의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1960년 미국 남부 앨러바마주의 작은 도시 로버츠데일에서 태어났다. 모친은 약국에서 일했고 부친은 조선소 직원이었다. 두 명의 형이 있었으며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엄친아’가 아니었던 팀 쿡은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앨러바마주립대학에 입학했다. 

2012년 부총리를 만난 이후 팀 쿡은 직접 허난에 왔다. 허난성 정부에 따르면 팀 쿡은 위캉(豫康) 신도시의 직원 기숙사, 도서관, 세탁실 등을 자세히 둘러본 이후 직원들과 업무 강도 및 만족도에 관해 대화도 나눴다. 이 덕에 위캉 신도시의 유명세도 올라갔다. 폭스콘이 위치한 정저우 과기단지에서 팀 쿡은 전체 생산라인과 휴대폰 케이스 생산 라인을 둘러봤으며 공장 일대의 환경과 생산 상황을 충분히 인지했다. 

애플과 허난성의 협력은 2010년 시작됐다. 당시 연안의 수출 가공산업이 원가가 낮은 내륙으로 이동하던 시기였다. 애플은 중국 최대 OEM 회사인 폭스콘에서 베이징, 상하이, 충칭, 우한, 정저우 등 내륙 대도시로 기존 선전, 둥관의 산업도시 역할을 옮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중국 서부 지역 발전에도 큰 기회를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언론 허난상바오는 “애플이 주도하는 폭스콘의 스마트폰 생산 사슬이 단지를 바꿔놨다”며 “정저우에서 2015년 생산된 스마트폰 수는 2억 개를 넘어서며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량의 7분의 1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정저우에서 스마트폰을 주인공으로 하는 전자정보산업 가치는 전체 성 가치의 70.2%를 빛내고 있다.

애플은 ‘중국 산업 업그레이드’라는 과제에도 응답했다. 애플의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치를 올려놨다. 

2016년 팀 쿡은 베이징에 애플의 R&D 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10월 중순에 선전에서도 R&D 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으며 공급망 관리와 운영, 연구개발 및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등 5대 영역에서 제조업과 앱 개발 분야로 조직할 계획이다. 이어 지난 17일 상하이와 쑤저우에도 R&D 센터를 짓겠고 밝혀 ‘가공’에서 ‘연구개발’에 이르는 거대한 공급망 구조를 갖춰나가고 있다.

팀 쿡과 중국 사이에 아직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애플의 수석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국의 관련 부문이 소스코드 제출을 제안했지만 애플은 이를 거절했다. 미국 샌버너디노 테러범 아이폰 잠금 해제 건에서도 애플은 미국 정부의 보안해제 요청을 거절했다. 

후슈왕은 “팀 쿡은 줄곧 애플을 사생활 보호의 ‘수호자’로 정의내리며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추출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과 상반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 중국 공유 자전거 업체 ofo의 자전거에 시승한 팀쿡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 “아름다움을 극찬하고 또 극찬하다”

진심으로 칭찬하고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것은 좋은 인간 관계의 비결이다. 팀 쿡은 보이지 않게 중국에서 이렇게 했다. 

고향인 앨러바마주에서 팀 쿡은 그리 칭찬받지 못했다. 성소수자는 미국 남부 지역의 보수적인 가정문화에서 금기시되는 정체성이다. 팀 쿡의 동성애 권리를 지지하자 현지의 한 목사는 아이패드를 내다 버리기까지 했을 정도다.

다소 오만하거나 까탈스럽다고 평가받는 스티브 잡스와 달리 팀 쿡은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힌다. 보통 사람이 겪지 못한 심적 번뇌를 겪기도 했다. 2014년 10월 30일 그의 커밍아웃은 IT 업계를 놀래켰다. 팀 쿡은 1998년 애플에 입사해 잡스로부터 ‘지금껏 본 가장 훌륭한 직원’이란 칭호를 받았다. 10년 전 처음으로 잡스의 조수로 등장했을 때 모두가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봤다.

선전은 애플이 중국에 진입한 관문이다. 2016년 선전을 방문한 팀 쿡은 현지 정부와 언론에 “선전에 돌아오니 매우 기쁘다”며 “길에서 20여 년 전 선전의 모습을 떠올렸는데, 지금은 엄청난 변화를 이뤘으며 이미 세계적인 대도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선전 발전에 일부라도 기여했다는 점이 영광스럽다”고 극찬했다. 

애플은 공식 성명을 통해 또 선전을 호평했다. 성명에서 팀 쿡은 “선전의 변화에 따라 인재들도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 선전에는 10만 명의 애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있으며, 그들이 개발해 내는 소프트웨어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애플은 이러한 기회를 붙잡아 지속적으로 중국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것이다. 애플이 선전에 연구센터를 짓게 돼서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2015년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현지의 혁신 사례를 마주한 팀 쿡은 “상하이가 최근 몇 년간 고속 발전한 것은 인류 역사상 도시 발전 중 손에 꼽히는 이력”이라며 “이 곳에 방문할 때 마다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는 캠페인으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으며 어떤 꿈도 실현될 수 있을 것 같은 위대한 도시”라고 말했다. 

샤오미와 화웨이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 쿡은 중국발전고위층포럼에서 이 두 경쟁 상대에 대해 “그들은 좋은 변화를 실현해내고 있고 훌륭하다”며 “중국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것은 중국 본토 기업의 정신이 더욱 강해지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덕분”이라고 호평했다. 

지방 정부와 파트너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협력 정신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회사 내부에서 인사 조정을 통해 부서간 벽을 없애는 그는 과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설계와 마케팅이 서로 통합될 수 있게 했다. 대외적으로는 적이자 친구인 IBM과 협력을 통해 사교의 영역을 확대했다. 페이스북의 지지도 얻어내면서 이제 남은 경쟁 상대는 구글 뿐이다. 이런 모습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 팀 쿡이 폭스콘에서 직원과 대화하며 미소짓고 있다.


◇군중과 하나가 되다 

팀 쿡의 친화력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잡스의 전기에도 일화가 소개됐다. 팀 쿡이 애플의 CEO가 된 초기 회의에서, 애플과 중국의 공급망 협력업체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30분 즘 후 그는 옆에 앉은 책임자에게 ‘왜 아직 여기 있냐’고 질책했다. 그는 곧장 일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으로 날아왔고 이후 팀 쿡의 핵심 임원진이 됐다. 책상 대신 ‘현장’, 지면이 아닌 ‘대면’을 통해 사람을 중시하는 그의 태도가 드러난다. 

팀 쿡은 2014년 10월 정저우를 방문했을 때 애플 경영자로서 정체성을 개의치 않고 직접 몇 개의 상자를 들어 직원에 옮겨주기도 했으며, 사람들의 미소 속에서 패키징을 하는 직원이 되보기도 했다. 당시 따허바오의 기자는 “팀쿡은 여직원들 옆에 앉아서 여직원들의 수다를 5분간 경청했다”며 “직원들이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자 다가가 악수를 했다”고 전했다.

2015년 5월, 항저우의 서호에 위치한 애플 대리점 직원은 파란색 옷을 입은 팀 쿡을 발견하고 중국 진러자오바오와 인터뷰에서 “현장의 친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그와 둘러싸고 사진을 찍고 싸인을 요구했지만 팀 쿡이 응해줬다”고 전했다. 

‘V자’를 그린 군중과의 소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항저우 여행 기간 중인 2015년 5월 5일 그는 웨이보를 개설했다. 그의 웨이보에는 알리바바의 마윈 등 기업가가 함께했다.



▲ 중국의 SNS 상에는 팀 쿡과 촬영한 셀카가 적지 않다.


팀 쿡은 특히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특히 최근 2년간 중국에 방문할 때 마다 스타트업 행사에 참여했다. 중국 파트너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다. 

지난 2016년 5월 베이징 왕푸징의 애플 대리점에서 팀 쿡과 중국 앱 개발자 대표의 담화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몇몇 대표는 메이퇀의 창업자 겸 CEO인 신훙(欣鸿), 진러터우탸오의 창업자 장이밍(张一鸣) 등이었다.

지난 3월 21일 팀 쿡은 공유 자전거 기업 ofo를 방문했다. 이날 웨이보에 ofo그룹의 환대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으며 긍정적인 에너지와 사명감을 느꼈다고 올리기도 했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이룬 성과는 최근들어 애플의 상처가 되기도 했다. 애플은 최근 2017년 재무회계연도 보고서에서 중화권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5% 증가했지만 전년 대비 12% 떨어졌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아이폰은 이미 중국의 사랑 받는 제품이 아니다. 

UBS는 “4년간의 시간 동안 애플은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중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며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19%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팀 쿡은 중국 시장의 침체가 아이폰 판매 부진과 위안화 가치 절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애플이 화웨이, 오포와 비보, 샤오미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잡스가 사망한 이후 6년간 애플의 매출은 두배가 됐으며 2011년의 1080억 달러에서 2156억 달러로 뛰었다.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회사다. 이러한 애플이 최근 중국에서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음은 분명하다. 


[봉황망 중한교류 채널] 유효정 기자 hjyoo@if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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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봉황망코리아 ㅣ 차이나포커스 https://goo.gl/ce7t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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