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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한국이야기

봄나물 맛잔치 ‘정선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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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긋한 봄나물의 박람회장 ‘정선 오일장’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난다. 흰 눈이 살포시 녹은 양지바른 논둑에서 봄의 전령사가 비죽이 얼굴을 내민다. 야들야들 연초록의 잎사귀는 생기를 가득 담고 있으니 밥상 위에 봄나물이 오를 때가 되었다.

태백산맥의 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는 정선, 앞산과 뒷산을 이어 빨래 줄을 걸었다는 강원도 정선 땅은 산이 절반이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온통 산인 정선은 봄이면 그 자체로 보물상자가 되어 조심스레 그 모습을 내어 놓는다. 냉이와 달래, , 쑥부쟁이가 고개를 들고 원추리와 취나물, 고사리, 두릅, 참나물과 얼레지…. 꽁꽁 얼었던 땅이 포실포실 해지면 그 사이를 헤집고 나와 순박한 정선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세상구경을 나오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정선 오일장이다



▲ 병방치에서 내려다본 굽은 물길 / 사진출처 = 매일경제



▲ 구례 계곡에서 떠내려오는 산수유 꽃 / 사진출처 = 매일경제



▶ 자연이 주는 밥상, 봄나물


시장 통을 거닐면 생닭을 직접 튀겨주는 통닭집이 정겹고 진공 포장된 야채가 아닌 흙이 잔뜩 묻은 푸성귀가 얼굴을 내밀며 사람들을 반긴다. 싱싱한 땅위의 날것들이 내는 아우성이 들린다. 사람냄새·비린내·밥냄새·땀 냄새가 진동하며 생생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머, 이거 냉이네요. 맛있겠다.

“이거는 낭구(나무)하다가 산에서 캔 거래요!


냉이라고 다 같은 냉이가 아니다. 비닐하우스에서 곱게 자란 냉이와 흰 눈 덮여있던 밭둑과 양지바른 산비탈에서 온갖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고 따스한 봄 햇살에 기지개를 펴며 자라난 냉이는 향부터가 다르다. 진한 야생의 봄향기가 묻어있다.


이파리가 오밀조밀한 냉이를 사다가 하얀 뿌리와 잎 사이 흙을 말끔히 씻어내 뚝배기에 안치고 된장을 알맞게 풀어 바글바글 끓이면 봄맞이가 따로 없다. 멸치를 몇 마리 넣으면 더욱 좋고 바지락이나 모시조개를 몇 알 넣으면 금상첨화, 험한 역경을 이겨낸 강인한 면역력과 봄의 생기(生氣)가 온 몸에 퍼진다. 잔설 남아있던 밭둑의 조각 햇살과 풋풋하고 구수한 흙 냄새, 알싸한 계곡바람이 느껴진다


▲ 상큼한 달래 / 사진출처 = 매일경제



▶ 임금님도 드셨던 봄나물 다섯 가지



자글자글 주름진 이마가 푸근한 할머니의 무릎 팍에는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두릅이 한 바구니 놓여 있다. 그 앞에는 소복하고 정선 아가씨 손목보다 부드러운 달래가 다소곳하게 담겨 있다. 취할 정도로 맛이 좋다는 곤드레나물 옆 취나물은 알싸한 향이 일품이다. 비타민 C의 함량이 월등히 높은 봄나물은 봄철 춘곤증을 극복하고 겨우내 잠재해 있던 인체 속의 생기를 일깨워주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봄나물은 먹는 의식도 따로 있을 정도다. 오신채(五辛菜)를 먹는 입춘절식(立春節食)이 그것이다. 시대와 지방에 따라 종류가 다르지만 파, 마늘, 자총이, 달래, 평지, 부추, 무릇, 미나리의 새순 가운데 노랗고 희고 붉고 파랗고 검은 다섯 가지색의 봄나물을 오신이라하며 험한 세상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인생오고(人生五苦, 다섯 가지 인생의 괴로움)를 상징했다. 계절을 알리는 봄나물은 세상을 움직이는 자연의 이치(理致)마저 담고 있음이다



▲ 쌉싸름한 고들배기 / 사진출처 = 매일경제




▶ 후루룩 뚝딱, 올챙이국수와 수수부꾸미


끝자리가 2 7인 날에 열리는 정선장은 1966년에 개설됐다. 인구 감소로 쇠퇴하던 장이 1999 3월 ‘정선오일장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 다시 살아났으니 뽕짝 메들리가 신명나게 흐르고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가 정겹다. 장터 좌판에서는 너도나도 올챙이국수를 먹는다. 양념간장 얹어 한 그릇 후루룩 먹으면 씹을 것도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올챙이마냥 배가 불뚝해진다.


▲ 후루룩 올챙이 국수 한그릇과 메밀전병후루룩 올챙이 국수 한그릇과 메밀전병 / 사진출처 = 매일경제


▲ 곤드레 나물밥 한 그릇 / 사진출처 = 매일경제


▲ 봄나물이 나오는 정선오일장터 / 사진출처 = 매일경제


바르기만 하면 뭐든 낫는다는 만병통치약을 파는 떠돌이 약장수부터 시골 할아버지가 끼고 나온 오리, 토끼, 강아지, 씨암탉에 흑염소가 봄볕에 나른한 눈을 끔벅인다. 좁쌀 수수 팥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는 자투리 공간에서 수수부꾸미와 찹쌀 부꾸미를 부쳐 판다. ‘사람’을 맞이하고 ‘정과 추억’을 나누는 정선 오일장이다. ‘행복’ 한 보따리에 ‘인정’은 덤이다.



▲ 레일 바이크가 즐거운 구절리역 / 사진출처 = 매일경제




▲ 아우라지 강가의 전경 / 사진출처 = 매일경제



▶ 정선오일장

위치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에 위치한 정선오일장은 정선군청에서 500m거리다.


발행: 제휴매체 '매일경제'
출처: 봉황망 중한교류 채널 http://kr.ifeng.com/a/20170324/5496815_0.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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