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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박정민 “자학의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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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의 박정민은 부와 명예를 추구하고 고집이 센 갤러리 관장 재범을 연기한다 / 사진출처 = 맥스무비



지난해 <동주>로 굵직한 영화 시상식의 신인상을 휩쓴 박정민이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로 돌아왔다. 덕분에 이름도 알렸고 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그만큼 고민도 깊어졌다.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는 사람만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 그가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이유다.


<동주>(2016) 촬영 후 곧바로 <아티스트촬영을 시작했다고.

정확히는 <동주> 끝내고 3일 후에 들어갔다. <동주>를 찍던 와중에 대본을 받았는데, 처음엔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 그래도 김경원 감독님이 직접 영화에 대한 설명도 정확히 해주시고, 절친한 ()현경 누나도 있었으니까. 모자란 부분은 두 분 믿고 채워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갤러리 관장 재범(박정민)은 욕망에 눈이 멀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는 남자다캐릭터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어떤 걸 선택하고, 어디까지 타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나와 닮은 것 같아 재밌었다. 나 역시 배우를 계속하기 위해서 내 신념을 어느 선까지 지켜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많은 만큼 뭔가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배우이자, 부모님의 아들이기도 하니까.

진지한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담은 영화라 재범 캐릭터의 연기 방향을 잡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재범이 그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다. 영화의 소재 자체도 일상적이지 않은데, 너무 미술계만의 일인 것처럼 보이면 스크린에 또 하나의 벽이 생길 것 같았다. 현경 누나와 감독님과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진짜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을까토론했다. 특히 현경 누나와는 촬영 한두 시간 전에 만나 자잘한 것들까지 얘기를 많이 나눴다.

배우 박정민은 재범보다 지젤에 가까운 편이라고 봐도 될까.

처음 대본 읽을 때는 사실 지젤한테 더 감정 몰입이 됐다. 나 역시 뭔가를 선택할 때 지젤처럼 자기 생각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지젤과 재범 역시 비슷할 수 있겠더라. 지젤이 자기 그림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재범은 자기 눈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세상에 내놓는 게 재범의 지론 아닌가. 그런 식으로 접근하니 재범에 몰입하기 한결 쉬웠다.


▲ 박정민은 <동주> 촬영을 하면서 연기하는 즐거움을 다시 깨닫고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털어놨다 / 사진출처 = 맥스무비


박정민이라는 이름을 결정적으로 알리게 된 <동주촬영 당시 슬럼프였다고 들었다.


정확히는 <동주> 찍기 전에 그랬다. 사실 주변에 나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인내하신 선배님들이 많은데, 겨우 그 짧은 시간을 가지고 그렇게 말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배우 자체가 나와 안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이 서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앞이 깜깜하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가장 떨어지는 시기였다. 그 때 가장 크게 다가온 말은안 될 놈은 안 된다였거든. 어쩌면 내가 그 말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든 이유가 무엇이었나?


내가 연기를 잘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마냥 좋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힘들었다. 그러다가 이준익 감독님을 만나면서 다시 회복한 거다. <동주>를 찍을 때 정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많이 했다. 촬영 자체는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모두 똘똘 뭉쳐서 좋은 영화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다. 그걸 찍으면서 내가 이 일을 좋아했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이거 아니면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게 없겠더라.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고민들이 잡념을 밀어낸 것 같다.


저예산 영화를 많이 해온 배우라자신의 대중성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 아예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지금까지 독립 영화, 저예산 영화를 주로 했고 그 당시에는 이제 저예산 영화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영화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배우로서, 연기를 좋아서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아서 그랬던 것 같다.

에세이 <쓸 만한 인간>에서 ‘마이너이고 싶어서 마이너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라고 상업영화 왜 안 하고 싶겠나. 못 해서 안 한 거지.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영화에 나가서 작은 역이라도 하면 나는 좋다. 그리고 사실 꾸준히 그렇게 해왔고. 연기생활 하면서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3자가 봤을 때는너무 마이너한 거 아니야? 외길 인생 아니야?’라는 느낌이 드나보다. 내 입장에서 조금은, 그런 시선이 억울하다. 안 하려고 안 한 게 아닌데.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100억짜리 상업영화와 1억짜리 독립영화가 있을 때, 내가 무조건 후자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달까.

최선의 선택이란 어떤 것이었나?


내 신념을 지켜가면서, 그래도 나를 보고 일하는 분들과 우리 부모님을 생각해서 타협할 부분은 타협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마이너한 성향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 것 같다. 사실 어떤 영화든 결과가 안 좋을 줄 알고 들어가는 영화는 없지 않나. 하고 싶은 얘기를 했을 때, 진심이 통할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시작하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메이저와 마이너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싶지 않다. 그 기준도 모호하다. 그 잣대에 위험성이 있는 것 같아서 서로 건강히 교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이너에 대한 책의 내용 중 ‘뚝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는 소개팅녀 에피소드는 실제인가?


실제 일었던 일이지만 소개팅녀는 아니었다. 대놓고 나한테마이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책에 쓴 것처럼뚝심이 느껴진다는 식으로 돌려서 얘기하지. 다만 나한테 그 말씀을 하신 분이 내가 기분 나빴다고 오해할까봐 대상을소개팅녀로 바꾼 것이었다.


▲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냥 즐거웠다는 박정민. 시간이 지날 수록 연기의 어려움, 배우로서의 신중함을 배워가며 깊이를 더하는 중이다 / 사진출처 = 맥스무비


<동주>에 이어 저예산 영화 <아티스트>를 선택하면서도 생각이 많았겠다.


부담이 있긴 있었다. 휴식도 좀 필요했고, 시나리오가 좋아서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이걸 또 하는 게 맞나?’라는 고민이 들었다. 내 취향과 흥미가 가장 중요하지만, 오로지 그것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선배님들과 매니저 형들에게 고민 상담을 했더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좀 부수적인 것 같다고, 정말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으면 해도 될 것 같다고 용기를 주셨다.

지젤은 남들에게 인정도 못 받고돈도 잘 못 벌지만 계속 그림을 그린다불안정한 상황에 기꺼이 뛰어드는 용기에 배우로서 많이 공감했나.


배우 역시 순간의 선택에 의해 그 다음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다. ‘열정같은 단어로 얘기하면 그냥 쉽게 끝날 이야기지만, 사실 다른 일을 할 용기가 안 생기는 것도 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용기가 없는 거다. 배우는 평가받아야 하는 직업이라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시무룩해지기도 한다. 약간 발가벗겨진 기분도 들고. 하지만 이 역시 배우로서 짊어져야 할 하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젤은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할까미술계 실세인 재범과 인연이 닿았으니까현실에서는 작은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재범과 만난 그 순간만큼은 그렇지 않을까. 지젤이 재범과 계약서를 쓰고 난 후에도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토록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찼던 사람이 어느 정도 꿈을 이룬 상황에서 갑자기 불안해한다. 내가 연기를 시작할 땐 마냥 신났지 그런 불안도 없었다. 그런데 일을 해오면서 지젤의 마음을 알게됐다. 작품 결과가 좋다고 해서, 나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해서 그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티스트>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박정민이 생각하는 진짜 배우란 무엇인가?



배우들의 꿈은 결국 연기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속사정은 모르겠으나, 자신의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 그 노력 여하에 따라 관객들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고.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



▲ 박정민은 좋은 배우의 기준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참을 고민한 후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를 꼽았다. “데뷔 시절 연기에 대한 로망이 커서 마냥 신났다”는 그는 이제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 사진출처 = 맥스무비



▲ 소화기 만드는 친구의 이야기를 꺼낸 박정민.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진정한 아티스트다 / 사진출처 = 맥스무비



배우로서의 경력이 아직 오래된 건 아니지만자신의 연기를 보면서 솔직히 ‘가짜’ 같다고 느낀 적 얼마나 되나?


모든 작품마다 그런 느낌을 받는다. 연기할 때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지만, 막상 스크린에서 볼 때는 낯설고 집중이 안 된다. 자기 목소리를 자기가 녹음해서 들었을 때의 낯설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내가 나온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아예 못 보거나 엄청 좌절하면서 본다. 그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처음 볼 땐 속상하더라. <동주> 때는 특히 더 심했고, <아티스트>도 그렇다. 내가 하는 게 다 가짜 같다.

스크린 밖에서의 삶에선 어떤가?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밖에서의 행동은 유독 조심하게 된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생각이 많아진다. 연기적인 고민 그리고 내가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들이다. 괜히 억울할 때도 있다.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닌데 사람들이 왜곡해서 나를 바라볼 때 그렇다. 성격상 비난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 꽂는 편이라, 많이 힘들다. 남 탓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자꾸 나 자신에게 끌고 와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근데 자학하면서 느껴지는 쾌락이 있다.(웃음) 어떤 책에서 봤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걸 뚫어져라 바라보라고 하더라. 피하려고들면 더 오래 아프다고. 그래서 아플 때까지 아파본다. 그러고 나면 괜찮고, 뒤끝 없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아티스트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 예술이라는 것도 그게 음악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것 아닐까. 예술뿐만 아니라 사회에 해가 되기 위한 일이라는 건 별로 없을 거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분야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는 오히려 예술이다. 소화기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만드는지 듣고 있으면 신기하고 재밌더라. 그 순간엔 그 친구가 내게 예술이다.

차기작으로 이병헌과 함께 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이 결정됐다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를 연기하는데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피아노 연습 중이다. 레슨 받은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목적이 없었더라면 아마 금방 관뒀을 것 같다. 기초부터 속성으로 배우고 있는데,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고통이 더 크다.(웃음)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니 내년이나 되어야 개봉할 것 같다.



발행: 제휴매체 '맥스무비'
출처: 봉황망 중한교류 채널 http://kr.ifeng.com/a/20170317/5474483_0.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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