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주년]가깝고도 먼나라 한국과 중국의 관계 발전 과정⑧

한국과 중국이 수교 25주년을 맞았다. 한국과 중국은 한국 전쟁 이후 단절됐던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992년 8월 24일 수교를 체결했다.

수교 후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의 성장이 돋보였다. 한국의 수출국 1위는 중국이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관광객 수도 양국이 서로 가장 많다. 긴밀한 관계다.

이처럼 가까운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관계가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실제 최근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미국, 북한, 중국이 갈등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보이는 조치들이 나오면서 한국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중국 의존 비중을 줄이고 다른 나라와 교역을 확대하는 등 경제 특성을 변화시켜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많다. 이는 한국과 중국 경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은 우호 관계를 시작으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까지 발전하면서 가까워졌다. 그러나 수교 25주년 행사를 따로 개최하는 등 최근에는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다.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한국과 중국의 지난 25년 간 관계 발전 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 이상옥 이무부장관 전기침 중국외교부장 한중수교 조인식 마치고 악수하는 모습 / 사진출처=국가기록원

◇ 선린우호관계

한국과 중국의 수교는 노태우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이뤄졌다. 지난 1992년 8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이상옥 외무장관과 중국 첸치천(錢其琛) 외교부장이 ‘한반도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원칙’ 등의 내용을 담은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한-중 수교는 지난 1988년 7월 노태우 대통령이 사회주의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발표한 민족 자존과 통일 번영을 위한 특별 선언을 기초로 추진됐으며, 특히 1950년 대 발생한 한국전쟁 이후 단절됐던 한-중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수교 후 한달 뒤인 1992년 9월 진행된 노태우 대통령의 공식 중국 방문은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국가원수가 중국을 공식 방문한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중국 양상쿤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노 대통령은 양상쿤 주석과 정상회담, 중국 측 고위 인사들과의 회담을 통해 한중공동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 노태우 대통령과 양상쿤 국가주석(왼쪽), 김영삼 대통령과 장쩌민 국가주석 / 사진출처 = 국가기록원

김영삼 정부에서는 최초로 중국 국가원수의 공식 한국 방문이 성사됐다. 지난 1994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으며, 1995년 11월 중국 국가원수 중 최초로 장쩌민 주석이 한국을 찾았다.

노태우 정부에서 기반을 다진 한-중 교류는 김영삼 정부에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양국 간 무역과 투자 등 경제 분야의 교류가 증가했고 인적 교류도 늘어났다.

반면 북한 핵 문제로 위기도 있었다. 북한은 지난 1993년 3월 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탈퇴 선언 1년여 뒤인 1994년 3월 미국 주도로 핵 해결을 위한 남북 실무협상이 판문점에서 개최됐으며, 이 협상 과정에서 북측 박영수 수석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다. 당시 북한은 불바다 발언과 관련 “남측 당국에 의해 왜곡된 내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협력동반자관계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는 한-중 관계가 기존의 선린우호관계에서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중국의 외교는 우호(단순수교) → 선린우호 → 동반자 → 전통적 우호협력 → 혈맹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전통적 우호협력과 혈맹 관계는 역사적인 관계로 구분되며, 대외관계에서 가장 높은 관계는 동반자다. 또한 동반자 관계는 협력동반자 → 전면적 협력동반자 →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발전된다.

외환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경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 공을 들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998년 11월 중국을 공식 방문해 장쩌민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 21세기 협력동반자관계를 구축했다.

김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국의 경제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한국과 중국이 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이는 양국은 물론 세계 정세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중국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중국은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국은 김 대통령 방중 당시 공동성명을 통해 “교류를 통해 얻어진 성과를 환영하고 한반도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통일이 실현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 김대중 대통령과 장쩌민 국가주석(왼쪽),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 / 사진출처 = 국가기록원, 한국정책방송원

◇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면서 한-중 관계는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협력동반자관계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것으로 지난 2002년 11월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처음 발생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위기 당시 한국 정부가 보여준 신뢰가 관계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첫 환자 발생 후 세계 30여 개국으로 확산된 사스로 인해 중국에서만 5300여명이 감염됐고 3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3년 3월 출범한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지도부는 출범 직후 사스 발생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각국 대사관과 기업들이 사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 대사관 직원과 부인회가 베이징 시민을 위한 모금액을 위생국에 전달하고 위로하는 등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남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역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위로 전문을 중국 정부에 발송하고 사스 퇴치를 위한 성금 10만불을 전달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7월 7일 중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다. 사스 문제로 중국 내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중국 방문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2003년 6월 경 사스가 진정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중국 방문일이 가까워진 같은해 7월 5일 사스가 통제됐다는 WHO 발표가 나왔다.

노 대통령은 사스가 발생한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국가원수로 환영 받았으며 이는 한-중 간의 신뢰가 높아지게 된 계기가 됐다.

2005년 11월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지난 1995년 장쩌민 주석 이후 10년 만에 이뤄진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었다.

양국은 회담을 통해 안보, 경제 등 각 분야 교류와 협력 확대하고 북핵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수교 15주년이 되는 2007년을 ‘한-중 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 최대 교역 상대국,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한-중 관계는 이명박 정부에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로 평가받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됐다.

지난 2008년 5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경제, 통상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한-중 FTA’ 추진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특히 중국은 이 대통령 방중을 앞둔 2008년 5월 12일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규모 7.9의 대지진이 발생해 사망자 약 7만명, 실종자 약 1만8000명이 발생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은 지진피해 지원을 위해 119 구조대원 40여명을 현장으로 파견했으며 이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쓰촨성 피해현장을 찾았다.

이 대통령 방중 후 3개월 뒤인 2008년 8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2012년 이 대통은 두 번째 중국 공식 방문을 진행하고 한-중 FTA 추진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이어갔다.

또한 중국인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도록 하는 등 양국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늘어나는 중국 여행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력서와 여행계획서 폐지를 제안했고 비자발급 기준과 절차 표준화도 제시했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은 지난 2012년 8월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축하서한 교환을 통해 양국 협력관계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양국은 경이적인 발전을 이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면서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후 주석은 “지난 20년간 양국의 노력으로 관계발전을 거듭해왔으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양국은 협력과 평화의 발전 촉진에 있어 공통 이익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왼쪽),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출처 = 해외문화홍보원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중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변함없이 이어져왔다.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4년 7월 한국을 공식 방문해 박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갖고 북핵 해결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아시아 국가의 도로 철도 등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결정했다. AIIB는 지난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에 대항하기 위해 아시아 순방 중 설립을 공식 제안한 금융기구다.

미국은 한국의 참여를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심 끝에 박근혜 정부는 참여를 결정했고, 한국의 지분율은 3.81%로 57개 창립회원국 가운데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번째다.

이밖에 박 대통령은 한국 정상 최초로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화재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9월 중국에서 진행된 항일 전쟁 및 세계 반 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옆자리에서 행사를 관람해 강화된 한-중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행사에 참석한 지도자 중 박 대통령과 특별 오찬 자리를 마련해 처음으로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을 예우했다.

발전을 지속하던 한-중 관계는 지난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 발표문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이 이어지면서 한국과 주변 지역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사드 배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다른 제3국이 아닌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의 결정에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중국은 사드 배치를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사드 배치는 한반도 지역 균형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사드 배치 결정 후 한-중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이해찬 의원을 중국 특사로 파견하고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 사진출처 = 외교부

이후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에서 진행된 G20 회의에 참석,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한-중 관계 발전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제거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사드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에서 양국은 관계 발전과 평화에 대한 한-중의 의지를 확인했고,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더 높은 수준 발전시키기로 합의하면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양국 회담 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다시 악화될 위기를 맞았다. 2017년 7월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했고,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문재인 정부는 사드 4기 임시 배치를 결정했다.

추가 배치 발표 다음날인 2017년 7월 29일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사드 배치는 중국과 다른 국가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것으로 배치를 중단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반발했다

또한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필리핀을 찾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문 대통령은 중국의 관심사항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양국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를 서둘러 결정하면서 개선되고 있는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고 발끈하면서 한-중 관계에 또다시 먹구름이 끼게 됐다.

[봉황망코리아 차이나포커스] 김봉수 기자 bsk@if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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