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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發 중국이야기

‘손실 눈덩이’ 베이징 중관춘 창업 카페...창업 성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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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망코리아 차이나포커스] 중국에서 ‘청년 창업가의 요람’으로 꼽히는 베이징 중관춘(中关村)의 창업 카페 거리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우후죽순 생겨난 창업 카페가 넘쳐나고 늘어가는 빈 자리를 바라보는 카페 경영주의 시름은 깊어진다. 

중국청년보와 인터뷰에서 한 창업 카페 경영자는 “지난 달에야 빈자리가 좀 차서 매출이 지출을 겨우 맞췄지만 그 전달에는 50만 위안(약 8166만 원) 적자가 났다”며 “창업자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정부의 보조금도 받지 못하고 투자 회수에도 주기가 필요해 고초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 중국청년보가 찾아간 이 카페는 텅텅 비어 있었고 단 한 명이 PC를 쓰고 있었다. 이 창업 카페는 생긴 지 2년이 됐으며 지금껏 60여 개 기업을 탄생시켰다. 오피스 건물 높은 층에 위치한 이 곳에서 한 달 팔리는 커피 개수는 30잔도 안된다. 하루에 한 잔 겨우 파는 것이다. 

이 카페가 위치한 반경 약 300m 일대는 대륙의 청년 창업을 상징하는 ‘중관춘 창업 거리’로 불리며 창업 카페가 밀집돼 있다. 

최근 중국 전국에서 운영되는 창업 카페는 이미 4298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카페의 경영난이 극심해지면서 업계도 재편되는 중이다. 


▲ 창업 카페 전경 (출처:봉황망 봉황커지)


◇창업 카페 경영주 ”이 정도 일줄 몰랐다”…기대 수익 모두 ‘제로’ 

2년 전 중국에서 창업혁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창업 사슬의 핵심 고리로서 ‘카페형 창업 서비스 공간’이 크게 인기를 얻었다. 베이징 하이뎬(海淀) 서점가가 중관춘 창업 거리로 탈바꿈하면서 ‘톈스후이(天使汇)’, ‘3W카페’, ‘페이마주(飞马旅)’, ‘36커(氪)’ 등 창업 카페가 생겨났다. 

중관춘에서 중국청년보와 인터뷰한 레이번(雷鹏)씨 역시 이 창업 카페를 열었다. 수익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안고 ‘위워크(WeWork)’ 같은 창업 공간을 꿈꿨다. 

레이번씨는 중국청년보와 인터뷰에서 “세 가지의 수익원을 생각했는데 하나는 창업자들이 가져다 주는 안정적인 임대료, 두번째는 정부의 보조금, 그리고 세번째는 스타트업 투자 중개를 통해 얻는 수수료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비관적이다. 

첫번째 수익원으로 기대했던 임대료의 경우 일단 창업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창업 카페를 막 열었을 때는 임대료 이벤트를 통해 혜택을 주다 보니 입주율이 60%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주율이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고정 지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매월 50만 위안(약 8166만 원)씩 손실을 입는 지경에 이르렀다. 

창업자를 모으기 위해 창업 카페의 직원이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세에 비해 창업 카페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으며 1~3달치 무료 임대를 얹어주는 식으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만약 입주한 창업기업이 폐업하면 임대료를 날리기도 했다. 

두번째 기대 수익원이었던 정부의 보조금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레이번씨는 베이징시 하이뎬구 창업 카페의 정부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통지를 받았지만 60개 창업 카페와 경쟁해야 한다. 신청을 위해 한달간 매일 밤 11시에 퇴근했으며 신청서 두께만 10cm에 달할 정도였다. 이 곳에서 좋은 실적으로 인큐베이팅 된 창업 기업 목록, 투자 상황과 창업 서비스 콘텐츠, 이벤트 활동 사진, 그리고 전략적 협력 상황, 언론 보도 내역 등을 망라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이 창업 카페는 자료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레이번씨는 신청 자료 안에 5장의 사진 밖에 넣지 못했다. 이벤트도 활발히 펼치고 경영 관리도 꽤 잘했지만 보여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결과 발표를 3개월간 기다렸고 결국 ‘탈락’ 했다. 레이번씨는 “설령 보조금을 받았다고 해도 20개 카페가 1500만 위안(약 24억4905만 원)을 나눠갖는 것이라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신청 방식 자체가 ‘부익부 빈익빈’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세번째로 예상했던 수익원은 스타트업 투자 중개를 맡아 향후 스타트업의 성장으로 장기적인 회수를 꾀하는 것이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레이번씨는 “투자 위험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중국 공상총국에 따르면 2016년 전국에서 매일 등록되는 기업이 1.51만개인데 누가 얼마나 투자하는지 알기 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 거래도 잦지 않고 투자 회수 기간도 길다. 


▲ 베이징의 창업 카페 체인 `3W 카페` 전경(출처:3W 카페 홈페이지)


◇투자자 중개? 모든 기대가 ‘산산조각’

수익 창출이 어려운 것 이외에 생각지도 못했던 암초가 널려있다.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창업카페가 중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레이번씨는 당초 기업의 투자를 도와주고 수수료를 통한 이익도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창업 인큐베이팅 기관이 갈수록 성숙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투자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고, 투자자를 찾는 것 자체도 어렵지 않게 됐다. 시장 초기에 창업자들이 투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것도 옛 이야기가 된 것이다.

투자자들이 좋은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려고 하지만 안 좋은 프로젝트나 창업 카페를 통해 소개 받은 프로젝트에 잘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레이번씨는 창업 카페의 입주 기업 간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저마다 사익을 챙기거나 경쟁적으로 장벽을 쌓기에 바빴다. 지난 2년 간 창업카페 입주 기업들 사이의 협력은 사실상 ‘제로(0)’ 였다. 

다양한 이벤트 활동이 카페의 인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도 오산이었다. 비록 매달 15차례 가량의 행사를 열지만 중관춘의 유사한 이벤트가 너무 많기 때문에 창업자들의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입지 조건이 가장 좋은 창업카페는 커피라도 좀 팔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레이번씨의 설명이다.

◇ 결국 ‘스폰서’ 없이는 독자 생존 불가 

창업 공간의 임대료는 일반적인 오피스 빌딩, 민가 주택 보다 더 비싸다. 이 창업카페로 말할 것 같으면 하루 임대료가 매 제곱미터당 7위안이다. 이 카페의 경우 월 1500위안이다. 환산하면 이 카페의 임대료는 일반 사무실의 두 배에 달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사실상 창업자들이 넘쳐난다면 어렵지 않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임대료를 내기에도 버겁다. 별도의 투자사나 스폰서가 필요한 이유다.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창업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이후 일부 창업 카페는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내기도 했다. ‘3W 카페’의 경우 최근 우한시 훙산(洪山)구에도 카페를 개설했으며 전국 10개 도시에 14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훙타이혁신공간(洪泰创新空间) 역시 최근 중국 전역 십여 개 도시에 30개 가까운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36커의 경우에도 최근 중국에 약 30개 지점이 있으며 총 관리 면적이 14.8만 제곱미터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시장 평가가 좋은 창업 카페는 대부분 스폰서가 있다. 예컨대 레노버의 류촨즈 회장이 돕는 36커는 강력한 미디어 자원을 갖고 있으며, 소후가 지원하는 ‘소후3Q’도 대표적이다. ‘징둥즈능’ 역시 좋은 판매 유통 채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봉황망 중한교류 채널] 유효정 기자 hjyoo@if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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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봉황망코리아 ㅣ 차이나포커스 https://goo.gl/hR2m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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