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한이라는 실체가 엄존한 상황에서 양측은 상호 불가촉(不可觸) 사이일 수밖에 없었다. 후일 한중 수교 협정에 서명한 첸지천(錢其琛)외교부장의 “1990년 초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인에게 ‘금지된 구역’이었다”는 술회는 살벌했던 당시를 짐작케 한다.
▲ 1983년 5월 중국 민간 항공기가 강원도 춘천 미군기지에 착륙했다. / 사진출처=국가기록원
▲ 1983년 5월 중국 민간 항공기가 강원도 춘천 미군기지에 착륙했다. / 사진출처=국가기록원
◇‘민항기 납치사건’이 관계정상화 필요성을 절감케
▲ 1983년 5월 강원도 춘천에 불시착한 중국 민간 여객기의 탑승자들이 서울 워커힐 호텔에 도착했다. / 사진출처=국가기록원
이 당시 한국 정부는 납치된 승객들을 납치 다음날 서울로 이송, 특급호텔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출국 때는 컬러TV까지 선물했다. 당시 한국정부는 납치된 민항기·게를 줄인다며 좌석 의자를 분해하기도 했다. 만남의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이럴 만큼 중국당국과의 직접 접촉을 절실해하던 게 한국이었고 중국 역시 정부간 교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 1983년 5월 한국과 중국이 중국 민간 여객기 해결을 위한 전체 회의를 갖고 9개 항목 합의서에 서명했다. / 사진출처=국가기록원
그러나 ‘거기까지’ 였다. 북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중국이었고, 중국으로선 한국이 필요는 하지만 ‘절실’까지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지리적 인접성과 옌볜의 한민족들(조선족)을 비롯한 200만 조선족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인적 교류와 교역이 급속히 늘어났다. 관계정상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했다.
체육·문화 부문의 교류 증대는 양국간 수교의 촉매였다. 아직 일일이 밝힐 시점이 아니지만 민간의 역할이 컸음은 말할 수 있다. 이순석 선경(지금의 SK)사장과 장치혁 고려합섬 사장 등의 노력은 상찬할 만하다. 중국 고위층과 개인적 친분이 많은 이 사장 등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한중 수교가 더 늦어졌을지도 모른다. 북방외교 참모장 역할을 했던 김종휘 (노태우)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나 막후에서 활약한 이병기 의전수석 등의 일치된 증언이다. 사드로 얼어붙은 한중관계 복원을 위해서도 이처럼 청소년 합동캠프 등 민간차원 교류·협력이 긴요하다는 것.
◇86아시안·88올림픽이 결정적 기여
▲ 1986년 아시안게임 / 사진출처=국가기록원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이 중국·소련을 포함한 공산권 국가들과 교류하는데 최고의 호재였다. 스포츠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접촉이 수월했고 상대도 부담이 없었을 게다. 노태우 대통령이 청와대 입성 전 서울올림픽·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을 지내면서 공산권 인사들과도 폭넓게 교류했던 것도 큰 자산이었다. 최고지도자가 안면을 넓히고 국제적 감각을 갖출 기회를 많이 갖게 됐다는 얘기다.
▲ 1986년 전두환 대통령이 88 서울 올림픽이 치러질 올림픽 주경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출처=국가기록원
주지하듯이 우리와 국교를 맺은 첫 동구권 국가는 헝가리(1989년)다. 올림픽을 앞두고 승마 경기에 필요한 말들을 헝가리에서 대량 매입했는데 헝가리가 첫 수교 대상이 된 것과 무관치 않다. 첫 매듭이 잘 풀리면서 다른 동구권 국가, 나아가서는 소련과의 교섭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
중국에 대해 한국과의 국교정상화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임을 확인시킨 한·소 국교 정상화에도 사연은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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